
서정원 감독이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결정적 이유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잠시 축구계를 떠나, 휴식을 취할 전망이다.
수원은 2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을 치른다.
이번 시즌 수원에 가장 중요할 경기. 이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ACL 수원은 공식 기자회견 약 3시간 반 전 서정원 감독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아직 사표 수리는 처리되지 않았지만, 서 감독이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을 확률이 크기에 수원도 급히 사퇴 소식을 전했다.
서정원 감독의 사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서 감독은 25일 열린 경남F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사전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 모든 게 내 책임이다. 항상 물러날 수 있다는 각오는 돼 있다”라며 “제가 부족하면 나가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늘 똑같다. 제주도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적절한 때에 의사를 밝힐 것이다”라고 사퇴 의지를 표한 바 있다.
수원은 경남전 전까지 3연패의 늪에 빠져있었다.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서 감독이 사퇴를 결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수원은 여전히 리그 4위, ACL 8강에 올라있었다.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안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정원 감독이 사퇴를 결심한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FC서울과 슈퍼매치 후, 아들의 SNS에 비난의 글이 쏟아진 것을 확인하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서 감독의 한 측근은 “감독님이 항상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슈퍼매치 패배 후 우연히 아들의 SNS을 봤는데, 가족을 욕하는 글을 확인했다. 좋은 남편, 아빠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졌다”라고 서 감독의 상황을 설명했다.
경남전을 앞두고도 가족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던 그였다. 더 이상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이 관계자는 “감독님은 지난 6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가족보다 팀을 우선시 두면서 노력한다고 했는데, 뜻대로 풀리지 않음에 괴로워 하셨다. 자신에 대한 비난은 감수할 수 있었지만, 가족이 타깃이 되니 공허함에 빠지셨다. 이번 제주 원정 동안 숙소에서 많은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던 서정원 감독은 축구계를 잠시 떠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님이 당분간 휴식을 취하실 것 같다. 다음 행선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당분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하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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